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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빚은 제 몸집보다 큰 부담으로 내 마음을 눌렀다
    조합원 함께 공간/조합원 인터뷰 2021. 12. 31. 11:01

    OOO 님을 처음 만난 것은 2018년 봄이었습니다. 단체조합원 n교회와 함께 진행했던 재무상담 프로그램에 지원한 청년이었습니다. 그해 6월 첫 번째 재무상담이 있던 날, OOO 님은 떨리는 두 손을 붙들고 자신의 부채 사실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았습니다.

     

    총 두 차례의 재무상담이 진행되었고, 부채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차분하게 찾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바뀌어 2019년 2월이 되었을 때, 부채문제가 진정세로 돌아선 것을 확인했고,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났습니다. 처음 부채가 어떻게 발생했고, 어떤 노력으로 부담을 하나씩 줄여나갈 수 있었는지 함께 돌아보았습니다.

     

    ▽ 희년은행 상담과정 종료 후 진행했던 2019년 2월 인터뷰

     

    [희년은행 인터뷰1] 아빠가 진 빚 3500만 원, 내 빚이 되었다

    [희년은행 인터뷰1] 아빠가 진 빚 3500만 원, 내 빚이 되었다 아빠가 진 빚 3500만 원, 내 빚이 되었다 ‘희년은행'과 ‘희망을만드는사람들'은 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돕고 있습

    jubileetogether.tistory.com

     

    인터뷰가 있고 난 뒤, 4개월이 지나고 2019년 6월에 희년은행 중금리 전환대출이 실행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남아 있던 중금리 대출을 희년은행 무이자 대출로 전환했습니다. 30개월 동안 대출 원금을 상환하기로 했습니다. 2년 반의 시간이 그때만 하더라도 멀게 느껴졌습니다.

     

    해가 두 번 바뀌고 2021년 12월이 되었습니다. 얼마전 상환 관리 시트를 보면서, OOO 님의 상환이 이번 달로 종료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30개월 동안 한 달도 빠짐없이 성실히 상환을 하셨습니다. 원금 상환은 물론 의무저축도 같이 30개월 동안 꾸준히 해 왔습니다. 이제 대출금은 모두 상환되었고, 목돈의 저축금까지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달 조합원 인터뷰로 OOO 님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처음 만난 지는 4년이 다 되어 가고, 첫 번째 인터뷰를 하고 3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무엇보다 부채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는지 여쭙고 싶었습니다.

     

    아래에 OOO님과 희년은행 김재광 센터장이 주고받은 일문일답을 정리했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온라인으로나마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반갑네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OOO : 지금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작년부터 상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어요. 원래 하고 싶었던 공부였는데 마침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여러모로 기회가 생겨서 결심을 하게 됐어요.

     

    김재광 : 아, 상담 공부를 하고 계시는군요. 원래 디자인 전공을 하셨고, 그쪽 관련 일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OOO : 네, 대학원 들어오기 전까지는 직장생활을 했어요. 원래는 졸업하고 전문직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려 했었는데, 부채문제가 갑자기 터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작년부터 부채문제가 거의 해결이 되기도 했고, 장학금 받으면서 공부할 기회도 생겨서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이전부터 상담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원래 생각하고 있었던 전문직도 상담 영역과 관련이 깊고요.

     

    김재광 : 여러모로 기회가 열렸던 거네요. 부채문제가 거의 해결되었다니 다행이에요. 저희 첫 상담이 벌써 4년 전 일이에요. 시간이 참 빠르죠. 그때 갑자기 불어난 부채 때문에 부담이 크셨었지요.

     

    OOO : 그게 벌써 4년 전 일이네요. 처음 저한테 카드빚이 1000만 원이나 있고, 그 외에도 2000만 원이 넘는 부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정말 막막했어요. 가족과 관계된 일이었고, 제가 쓴 것도 아니어서, 더 속상하고 억울했어요. 근데 더 힘들었던 건 몇 달 안에 카드빚을 다달이 몇 백 만원씩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걸 내가 다 어떻게 감당하나, 너무 힘들어서 그때는 집 밖으로도 잘 안 나오고 사람들도 안 만나고 그랬어요. 제가 사람 만나는 걸 참 좋아하는데, 그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김재광 : 네, 그때 상담 기록에 보면, 채무조정 상담 진행하셨던 서경준 선생님도, 이렇게 쓰셨더라고요. 빚 자체보다 마음 지키는 게 더 필요해 보인다고요. 카드빚 부담이 큰 건 사실이었지만, 그것보다 덜컥 마음에 찾아든 부담이 훨씬 더 커지는 게 문제이긴 하더라고요.

     

    OOO : 맞아요. 그때 저를 돌아봤을 때 빚 자체보다 심적 부담이 더 큰 게 사실이었어요. 사람들 만나는 것도 싫고, 상담 때는 떨려서 말도 잘 안 나오고 그랬어요. 희년은행 상담에서 제일 크게 얻은 것은, '괜찮다, 헤쳐나갈 길이 있다' 이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을 수 있는 거였어요. 혼자였다면, 부담만 더 키우고 있었을 텐데, 희년은행에서 자꾸 그렇게 얘기를 해 주니까 저도 더 힘을 내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찾아보니 헤쳐 나갈 길이 있었고요.

     

    김재광 : 희년은행 상담도 나름의 몫을 하기는 했지만, 상담 이후로 OOO 님 스스로 이런저런 방법을 많이 찾아보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OOO : 희년은행 상담받고 난 다음에, 이리저리 진짜 부지런히 다녔어요. 전화도 여러 군데 해 보았고요. 지인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빚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어요. 희년은행 상담 보고서에서 알려준 방법들도 알아보면서, 제 나름대로도 여기저기 검색도 많이 해 보고, 도움받을 수 있는 곳들을 많이 찾아보았지요. 6개월 정도 지나자 부담은 크게 줄어들었어요.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부채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단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김재광 : 그 기간 동안 희년은행 현금흐름 체크 동행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셨었지요.

     

    OOO : 네, 개인적으로는 가계부라는 것을 작성해 본 첫 경험이었어요. 빚 상환을 해 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소득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일상화 되었었는데,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면서 현금흐름 관리하는 방법을 알게 된 거죠. 개념이 잡혔다 할까요. 그렇게 현금흐름 관리하는 게 지금까지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김재광 : 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그 이듬해 저랑 다시 만나서 인터뷰를 했던 게 기억나네요. 인터뷰 이후로 카드론 대출 한 건에 대해서도 희년은행 대출로 전환해 기존 대출을 상환하셨었지요.

     

    OOO : 네, 솔직히 희년은행 처음 만났을 때는 대출에 대한 기대가 크긴 했어요. 급하게 상환해야 하는 필요가 당장에 크게 보였었지요. 그런데 초기에는 상담 중심으로 과정이 흘러가니 좀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이후 상담 가이드도 참고하고 제 스스로도 여러 방법들을 찾아보고 상황이 차분해진 뒤로, 희년은행 대출을 드디어 이용하게 된 것이 부채 부담을 줄이는데 한몫을 분명히 했어요. 특히 의무저축이 있어서, 30개월 동안 저축금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거 한번 꼭 해 봐야겠다 스스로 마음을 먹게도 되었어요.

     

    김재광 : 30개월 동안 꾸준히 상환을 하시고, 이제 이번 달에 상환을 모두 마치게 되셨어요. 저축금도 꽤 쌓였고요. 지난 30개월을 돌아보면서 소회가 어떠신가요?

     

    OOO : 희년은행 대출까지 상환을 마치니까, 정말 이제 부채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동안 다른 빚들도 다 갚았거든요. 4년이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인데, 이 시기를 지나온 것 자체로 저한테는 의미가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스스로한테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도 해 주고 싶고요. 어떻게 보면 희년은행 상담받던 그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것인데, 마침 희년은행 대출이 이번 달로 끝나게 되니, 정말로 종지부를 찍는 느낌이 드네요. 감사해요.

     

    김재광 : 네 정말 수고하셨어요. 희년은행도 OOO 님과 함께 했던 지난 4년간의 만남이 정말 뜻깊은 동행이었어요. 앞으로도 동행은 계속 이어지겠지요. 희년은행과 OOO 님이 함께 또 새롭게 만나는 기회도 있겠지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만남으로요.

     

    OOO : 상담 공부하면서, 제가 이전에 겪었던 일들도 떠오르더라고요. 빚 문제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이 컸었는데, 희년은행 상담 통해 삶의 문제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거든요. 저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데, 상담사로서 일하는 게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공부 열심히 하고 나중에 상담 쪽 일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특히 심리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희년은행 상담과정에서도 나중에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해요.

     

    김재광 : 너무 감사하지요. 앞으로 서로 협력할 것이 기대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조합원 분들의 역량과 재능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로 상호 연결되는 것을 꿈꾸고 있는데, 앞으로 지혜를 잘 모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해 주신 말씀 하나하나, 희년은행 사역에 참고가 많이 될 거 같고, 조합원 분들과도 함께 나누면 좋을 거 같아요. 끝으로, 희년은행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OOO : 희년은행이 있는 것 자체가, 이렇게 뜻이 맞는 분들이 모여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니, 이것이 정말 대단하고 뜻깊은 것 같아요. 앞으로 점점 그 도움의 반경이 더 커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점점 더 성장하는 희년은행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파이팅!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희년은행 김재광 센터장

희년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대안 금융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