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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 구원이고, 생명은 신비입니다"
    조합원 함께 공간/조합원 인터뷰 2022. 2. 23. 12:51

    지난 2월 3일에 소천한 이신근 형제님은 희년함께의 오랜 활동가이자 동역자였습니다. 이신근 간사님은 사무와 행정 전반의 업무를 주로 맡아 오셨고, 희년은행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출자금 관리와 대출 실행 업무, 그리고 조합원 안내 업무를 담당해 오셨습니다.   

     

    희년은행 조합원 분들과 함께 故 이신근 간사님의 삶과 사역을 기억하고, 추모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 조합원 인터뷰 페이지를 통해 간사님이 전에 일산은혜교회 교우 분들과 나눴던 간증문과, 고인을 추모하는 영상을 나누려 합니다. 고인과 유가족 분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생명의 가치>
     
    안녕하세요. 밀알목장에 이신근 집사입니다. 간증 부탁을 받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제 구원의 경험을 나누는 게 나을 거 같아 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대학시절 후배에게 5만 원짜리 강아지를 샀는데, 사자마자 아파 치료비로 80만 원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정성에도 불구하고 그 강아지는 결국 죽었습니다. 저는 그 돈이 참 아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배가 참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했고요. 그 당시 저에게서 생명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이자 가능성의 가치이지 살아있다는 것 자체는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아무런 이익도 낼 수 없는, 오히려 손해를 보게 하는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포기하는 것이 나았습니다.
     
    사람에 적용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고 도움이 되는 존재는 곧 생명이고, 사람들에게 손해만 주는 존재는 죽음이라고. 저는 예수님의 빛과 소금의 비유를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29살(2006년) 무렵 가뜩이나 좋지 않던 폐가 계속 안 좋아지더니 더 이상 항생제가 듣지 않아 약물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에게 5만 원짜리 강아지 같은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억울했습니다. 아무 죄 없이 사형 선고받은 느낌이었죠. 선천성 희귀병이 원인이고 저는 저에게 주어진 결과에 난 아무런 원인제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해 한 해 동안 네 번을 입원했습니다. 일반병원에서는 제 특수한 병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삼성병원같이 큰 병원을 갈 수밖에 없었고, 입원 한번 할 때마다, 입원비가 대학 등록금 만큼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였습니다. 이미 은퇴할 나이를 넘긴 아버지에게 더 이상 치료비의 큰 짐을 맡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시 제가 살아 있다는 건 가족과 주변에 손해가 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저에게 먼저 버림을 받았습니다.
     
    그 해 겨울, 화장실에서 많은 피를 쏟아내고 응급실에 실려 갈 때 결심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치료는 받지 않기로. 저에게 삶의 미련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제 삶뿐만 아니라 죽음도 주님의 것입니다. 주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기도하고 결심했더니, 기적이 시작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모금이 되고, 입원비를 충분히 감당할 만큼의 후원금이 모였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니 살아만 있어달라는 가족들의 부탁이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하나님께 다시 물었습니다.
    하나님! 내가 계속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신근아 네가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야.”
     
    30년 신앙생활을 했지만, 그 때까지 몰랐던 구원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내가 구원을 받는 이유는 내가 공부를 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고, 가치 있는 일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사랑을 받고 있어서였구나.’
     
    그 뒤로 기적처럼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고, 외출이 가능해지고, 제 몸 상태를 온전히 이해해 주고, 제 건강 상태에 맞춰주는 직장을 만났습니다. 현재까지 <희년함께>에서 11년째 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과 사를 구별 못하고 <희년함께> 회원이었던 자매와 결혼을 했습니다. 내 유전자를 받은 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예쁜 두 딸이 있습니다. 둘째는 한 달 전에 태어났습니다. 첫째 딸 이름은 희년 메신저의 의미를 담아 희서라 지었고, 둘째는 예수님의 메신저라는 뜻을 담아 예서로 지었습니다.
     
    제가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닙니다. 몸이 좋지 않을 때는 1,2년에 한 차례 정도 입원을 합니다. 최근에도 몸이 좀 좋지 않아, 출근을 못하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 아이들을 책임질 수 있을 수 있을까? 잘 키울 수 있을까? 제 유전적 질병을 안고 태어나진 않을까?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내가 키우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키우는 거라는 조언들이 있어서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희서와 예서를 보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하였던 일들이 제 삶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앞으로의 제 삶을 어떻게 인도하실지 예측하지 못하겠습니다. 온전히 믿고 맡길 뿐입니다.
     
    어떤 처지나 환경에서도 생명은 그 자체로 귀하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딸을 통해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삶을 통해 계속 증명해 갈 생각입니다.
     
    “사랑이 구원이고, 생명은 신비입니다.”
     
    제 삶의 모토를 우리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잘 물려줄 생각입니다.
     
    혹시 희년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희년에 대해 쉽고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희년은 나를 너무 사랑하는 하나님이, 나만큼 내 주변과 이웃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희년에 관심이 많고 실천하기를 힘쓰는 교회에 속하게 되어 하나님께 참 감사합니다.
     
     

    <故 이신근 간사님 추모 영상>

     

희년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대안 금융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