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보석디자이너'가 이끄는 진로발견의 여정
    조합원 함께 공간/조합원 인터뷰 2021. 9. 27. 10:54

    930일 희년은행 진로탐색 워크숍 강사 조도경 선생님 인터뷰

     

    희년은행은 930() '진로탐색'을 주제로 "자기이해 워크숍"을 엽니다. 청년재무상담을 진행하면서, 부채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고민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일자리, 잘할 수 있는 일, 진로와 꿈. 청년들만의 이슈는 아닐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내 역할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진로를 모색하는 분들을 위한 자리를 한번 마련하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좋은 길잡이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희년은행의 오랜 조합원이자, 교육/진로 분야 전문가 조도경 선생님이 선뜻 이 자리를 맡아 주시기로 했습니다. 워크숍을 위해서도, 희년은행에 이런 조합원도 계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도,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지난주 만남이 성사되었습니다.

     

    #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제 딸이 만들어준 것인데요. "도전하고 경청하는". 제 이름의 도경을 따서 지어 준 자기소개 멘트인데, 마음에 들어요. 딸이 그러더군요. 엄마를 보면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고, 상대의 이야기를 성심껏 잘 들어준다고.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저를 지켜본 딸이 한 말이니, 믿어도 되겠지요? 저를 잘 설명해 주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요.

     

    #2 진로/적성 퍼실리테이터(조력자) 역할을 오래 해 오셨어요. 언제 처음 이 분야에 관심 갖게 되셨나요?

     

    유치원 때라고 하면 너무 먼 얘기일까요?(웃음) 유치원 졸업식에서 선생님이 장래희망을 물어보셨어요. 제가 맨 처음 대답해야 했는데, 그때까지 장래희망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엉겁결에 "엄마?"라고 답했어요. 그 뒤로 다른 친구들 대답에 '대통령'도 나오고, '장군'도 나오더라고요. '엄마'라고 대답한 여자 친구들도 꽤 됐고요. 제 기억에 그때가 장래희망, 진로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시작점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며 지낼까, 나는 나중에 커서 무슨 일을 하며 살까, 호기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 그때부터 제 특별한 관심사가 되었어요.

     

    #3 유치원 때부터라니... 그 뒤로 어떻게 관심을 키워 오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중학교 때 선생님 영향으로 심리학에 매료되었어요. 칼 융이라는 저명한 심리학자의 자서전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지요. 이후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탐독했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공부를 혼자서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점점 심리학의 세계, 다시 말해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깊어지고 무르익어 갔어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사람들 내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는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 시절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질문들이었어요. 심리학 공부는 그 궁금증을 푸는 데 일정 정도 실마리를 던져 주었지요. 그러면서 점차 이 공부가 내 평생에 걸친 공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우여곡절 끝에 대학의 전공은 심리학과가 아닌 독문과로 입학했지만 심리학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어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상담 공부를 하며 구체적 대상이 있는 현장, 실습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부부상담, 청소년 진로적성 교육, 자기이해, MBTI, 버크만 진단, 직업상담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공부를 이어 나갔고, 자연스럽게 자격증도 하나씩 취득하게 되었어요.

     

    #4 현장 이야기를 이어서 듣고 싶네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만남에 관한 이야기도요.

     

    대학생 때 일주일에 두 번씩 인근 보육원에 가서 교육 자원봉사 활동을 했어요. 그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처음으로 내가 가르치는 일, 사람들의 재능이나 잠재력을 발견하고 북돋는 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워낙 오랜 전부터 관심 가지고 공부해 왔던 분야이긴 한데, 직접 학생들을 만나 가르치면서 교육 분야에 은사가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된 거죠.

     

    대학 졸업 이후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 및 진로 관련 일을 하게 되었어요. 과외를 하다가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었고, 교육 시민단체에서도 일했고, 헤드헌터 일도 잠깐 경험해 봤고, 대안학교 설립 TF에도 참여하고, 커리어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3D 프린팅/AI/이러닝 등 미래 사회와 기술의 변화가 교육에 가져올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 기획자로 활동도 하였어요.

     

    학원 운영할 때, 보통은 입시 위주 교육을 주로 하게 되는데, 저는 지금까지 제가 배운 것들을 한번 현장에서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행동주의/인지주의 심리학을 접목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실천하기로 하고, 아이들의 적성을 고려한 동기부여 학습법으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학습의 목적이 입시가 아니고, 직업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강조했던 시기였어요.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자기 진로를 찾은 학생들이 꽤 많았지요. 물론 부모님들의 기대, 현실의 벽 때문에 끝까지 따라오지 못한 학생들도 있기는 했었고요.

     

     

    #5 그렇게 교육 전문가, 진로 상담가로 활동을 해 오시다가 이번 희년은행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을 맡게 되셨는데요. 희년함께/희년은행과는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막다른 길에 내몰린 것 같은 때가 있잖아요. 전부터 예수원에 대해서는 듣고 늘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지 갈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가야지 하고 발을 떤 때가 제 인생에도 찾아왔던 거죠. 예배실에서 밤새 혼자 울면서 기도했던 게 생각나요. 그렇게 펑펑 울고 나니 툭툭 털고 일어나지더라구요. 처음 갔던 해에 연이어서 서너 번을 더 갔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고 대천덕 신부님에 대해서도 점점 깊이 알게 됐고, 그분 쓰신 책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 읽어 나갔지요.

     

    이렇게 신앙생활을 하는 분도 있구나. 예수원 입구 돌판에 쓰인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라" 하는 구절이 왜 거기 쓰였는지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점점 대천덕 신부님 책들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와닿는 메시지들이 제게도 생기기 시작했어요. 특별히 토지 정의에 대한 신부님의 간절한 외침에 저도 공명을 하게 되었어요.

     

    그즈음 저는 서울에 아파트를 한 채 소유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때 당시 그 아파트 값이 오르냐 내리냐를 두고 제가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지, 불안감이 떠나지 않았던 거예요. 사실, 그 집에서 계속 살 생각이면 집값이 오르든 말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근데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은 게. 정말 노심초사. 지옥이 따로 없었어요. 적어도 저한테 있어서만큼은 그 집값이라는 게 떨쳐버리기 힘든 짐과도 같은 거였어요.

     

    예수원, 대천덕 신부님, 그리고 희년함께를 알게 되면서, 한 가지 결단을 하고 실행에 옮겼죠. 집을 팔자. 마침 이사를 가기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집을 처분하고 집값 오르내리는 일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한 거죠. 근데 그 집이 지금 얼마나 올랐는지 아세요? 10년도 더 된 일이니까 아마 지금은 세 배쯤 올랐을 걸요. 근데 저는 지금 그게 전혀 아쉽지가 않아요. 집값이 몇 년 사이 10, 20억이 우습게 오르고 그 와중에 가난한 이들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죠. 저는 지금이 오히려 평안해요. 천정부지로 집값이 오르는 요즘 집 살 기회를 놓친 사람들을 벼락 거지라고 하잖아요. 저는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는 성경 구절을 읽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성령 안에서 집 없는 벼락거지로 살고 있는 제가 천국을 누리고 있다고요.

     

    #6 희년은행 조합원 분들과 진로 탐색 워크숍을 만나게 되셨어요.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계신지요? 워크숍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일단, 진로 찾기의 출발선이라 생각하면서, 주제를 '자기이해'로 잡았어요. 나를 잘 알아야, 내가 하고 싶고, 잘하고, 잘 맞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갈 수가 있어요.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이 뭔지도 찾아갈 수 있는 거고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고유한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기보다, 내게 주어진 역할, 부여된 기대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현실이죠. 그러니 그것부터 좀 걷어내 보자는 게 이번 워크숍의 첫 번째 목표예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본연의 고유한 나에 대해서 한번 깊이 알아가 보자는 취지인 거죠.

     

    2시간 워크숍으로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찾는다는 게 어려운 일인 건 사실이에요. 그러니 너무 큰 기대를 가지시기보다는, 이번 워크숍을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출발점,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 하는 고민을 시작하는 지점으로 삼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시작 지점으로 이끌어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해요.

     

     

    #7 워크숍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예전에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저의 비전의 단어를 '보석 디자이너'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어요. 이 단어의 의미를 찾기 위해 제 인생을 돌아보니 여기에 담긴 뜻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말씀 묵상을 통해 이 보석이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돌처럼 보이는 원석을 찾아 그 특성에 맞게 연마하여 그 보석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보석디자이너의 일이라면, 사람들 각자가 가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아 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가 원하는 삶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 단어가 이끄는 길을 따라 오다 보니 보석디자이너의 의미를 담은 진로 전문가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보석은 어떤 디자인에 세팅 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많이 달라져요. 각각 보석의 특성에 따라 그 보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저마다 다른 디자인이 필요하죠.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는 분들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회적 역할을 찾아가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희년은행에서 이런 자리를 열어 주신다고 해서 반가웠어요. 경제적인 문제는 심리적, 정서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거든요. 희년은행이 청년들 부채문제를 놓고 씨름하는 곳이지만,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건강한 삶의 기반이 되는 일이니까요 희년은행에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어요.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에 서로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워크숍 참가신청 바로 하기 -> https://forms.gle/pz9BSzza8KdTRhay6

     

    워크숍 참가신청 바로 하기 -> https://forms.gle/pz9BSzza8KdTRhay6

희년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대안 금융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