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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세 부동산 개발 팀장의 이유 있는 회심기
    조합원 함께 공간/조합원 인터뷰 2021. 8. 3. 10:13

    희년은행 이윤형 조합원을 만났습니다. 부동산 개발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스물아홉 청년입니다.


    대학에서 부동산학을 공부했다. 처음부터 부동산학을 전공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입학 후 1년 동안 정치외교/행정/부동산, 세 가지 전공을 탐색하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하나를 고르는데 그중 부동산학을 선택했다. 

    교수님 영향이 컸다. 수업도 흥미로웠고, 수업 이후 이것저것 물어보면 성심 다해 답해 주시는 모습에 이끌렸다. 대화와 토론은 갈수록 무르익었고, 그렇게 스승에 이끌려 부동산이라는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학교에 있는 동안, 부동산은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었다.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우리나라 사정에 관심이 쏠렸다. 왜왜왜? 질문은 꼬리를 물었고, 부동산 역사의 발자취를 탐색하는데 많은 밤을 지새웠다.

    졸업 즈음 진로를 모색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학문적 관심을 넘어 부동산 세계의 전모를 파악해야 비로소 부동산이라는 산의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부동산을 한번 제대로 파 보자. 

     

    첫 직장 중국계 은행에서 부동산 개발금융 대출 쪽 업무를 맡아 하던 때의 모습

    부동산+금융, 두 마리 토끼를 잡자 


    금융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중요한 관문이었다. 부동산과 금융 두 마리 토끼를 다 좇지 않으면, 이 영역에서 진보는 기대할 수 없었다. 첫 직장인 은행에서 부동산 PF(개발금융) 대출 업무를 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1년 남짓 은행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시스템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파악하고, 좀 더 전면적인 현장 경험을 익히기 위해 부동산신탁회사로 전직, 부동산 개발의 전 과정을 깊숙이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졸업 이후 코스가 나쁘지 않았고, 이대로 경력만 잘 관리하면 그야말로 탄탄대로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전망이 섰다. 게다가 그 당시 나이도 스물일곱, 혈기왕성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부동산은 무수히 많은 계약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어요. 이해 관계자들의 욕망들이 모여서 경쟁하고 때로는 충돌하죠. 그 한복판에서 제가 하는 일의 성과가 누구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지가 점점 더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어요"

     

     

    부동산으로부터 소외되는 사람들 


    고민이 찾아들었다. 소수의 누군가가 막대한 이익을 거머쥘 때, 다수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소외를 겪고 기회를 빼앗긴다. 부동산 개발로 인한 이익이 고루 나누어지는 모델은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것일까. 

    마주할 때마다 답답한 현실이었다.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은 알지 못했고, 행여 주변 누군가가 안다 하더라도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 분위기였다. 부동산 업계만큼 커리어 패스(경력 경로)가 확실한 곳도 드물다. 

    고민이 한창이던 때 나들목교회를 만났다. '하나님나라', '복음의 공공성'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했다. 고민은 더 커졌고 안정감에 생긴 균열은 더 벌어졌다. 이제는 정말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희년함께를 만난 것도 그즈음이었어요. 부동산 업계 사람들 대부분이 알지만 쉬쉬 하는 이면을, 무모할 정도로 정면돌파하더라고요.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방향 전환을 고민하는 저한테 결정적인 자극이었죠"

     

    윤형 씨가 지금 일하고 있는 '더함'은 명동YWCA 건물을 새로운 형태의 리테일/오피스 공간으로 리뉴얼해 운영하고 있다. 

    두 개의 세계, 진로를 바꾸다


    이윤형 씨(29)는 지금 사회혁신기업 '더함'에서 부동산사업개발실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합류해 커뮤니티 기반 부동산 개발의 여러 다양한 모델들을 더함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더함'은 2017년부터 500세대 규모 아파트형 마을 공동체 '위스테이 별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내년에는 '위스테이 지축' 입주가 시작된다. 명동 YWCA 건물을 새로운 형태의 리테일/오피스 공간으로 리뉴얼한 '페이지 명동'도 작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세계에서 세계로의 이동'. 윤형 씨는 자신의 진로 전환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개발에 관한 접근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초기 기획부터 설계와 건축, 운영까지, 지향하는 가치도 구현하는 형태도 판이하다. 

    "대안적인 부동산 사업을 기획하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기반에 있어야 해요. '저신뢰 사회'일수록, 부동산은 자꾸만 개인으로 환원되죠. 서로 간에 신뢰가 있으면 새로운 부동산 개발 모델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새로운 모형의 부동산 개발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인터뷰 도중 갑자기 프로젝트 발표가 이어졌다.  

    신뢰 기반 새로운 부동산 개발 모델


    이 대목을 말할 때, 벌떡 일어나 칠판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펜을 쥐고 그래프도 그리면서 저신뢰 사회 부동산 개발 모델이 지니는 한계, 어떻게 하면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윤형 씨는 "고신뢰 사회일 때 가능한 다양한 부동산 개발 모델들을 만들어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더함에서, 또 교회의 또래 청년들과, 그리고 희년함께와 더불어. 꿈을 펼쳐갈 수 있는 장은 얼마든지 많다.  

    금융과 부동산의 협력 모델에 대한 이야기도 빠트리지 않았다. 금융은 곧 신뢰. 신뢰로 뭉친 대안 금융 모델은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희년은행의 앞으로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희년은행 김재광 센터장도 화답, "청년부채문제가 심각해지는 지점에 꼭 취약한 청년주거 현실이 있더라". 즉석에서 둘은, 희년은행이 앞으로 대안적인 청년주거 모델의 마중물 역할을 잘해 나갈 수 있도록 서로 힘을 합쳐 보자 뜻을 모았다.

희년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대안 금융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