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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물로 주어진 땅, 거기 터 닦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 [지대와 공유지 세미나 후기]
    조합원 함께 공간/상담·대출·사역 and 오늘 2026. 4. 29. 13:15
    어제 저녁 온라인 줌으로 "지대와 공유지"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희년은행, 도토리회, 빈고가 공동으로 기획해 만든 자리였고, 김덕영 희년함께 토지정의센터장님의 주 발제를 시작으로 김윤상 교수님의 피드백, 빈고 책임활동가 김지음 님의 논찬, 그리고 종합토론으로 이어지는 진행이었습니다.
     
    김덕영 센터장님은 발제에서 먼저 헨리 조지(Henry George)의 지대 이론을 소개했습니다. 토지는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연의 선물이기에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독점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헨리 조지의 기본 문제의식입니다. 헨리 조지는 이것을 타인의 몫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 즉 지대(Land Rent)는 사회 전체에 귀속되어야 하며, 이를 환수하는 핵심 수단으로 토지가치세(LVT)를 제시합니다.
    150년 전 제기된 이 지대 이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할까, 유효하다면 어떻게 발전적으로 계승할 수 있을까? 질문은 이렇게 확장되었습니다.
    헨리 조지의 지대 이론, 공유지(Commons) 전략과 연결될 수 있을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공유지의 비극'이 필연이 아님을 커먼즈(Commons) 이론을 통해 입증합니다. 나아가 『도넛경제학』의 저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는 생태적 한계 속에서 사회 기초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대독점구조*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계·시장·정부의 3주체 모델에 ‘커먼즈’를 제4의 경제주체로 추가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오스트롬과 레이워스의 "커먼즈 논의"는 *지대독점구조*에서 *지대공유사회*로 전환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실마리를 던져줍니다. 그렇다면 커먼즈의 구체적인 모델로서, 우리는 어떤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까?
    발제 후반부에서는 희년함께가 오래 전부터 제도 개혁으로서의 토지가치세와 함께 시민의 실천 사례로 주목해 온 CLT(Community Land Trust) 모델을 지대 공유 원리와 공유지 확대 전략의 접점으로 주요하게 검토했습니다. CLT는 비영리 신탁이 토지를 영구 보유하고, 건물만 저렴하게 분양·임대함으로써 지대 상승 이익은 공동체에 귀속되고, 주거비는 영구 저렴하게 하는 '공동체 토지 신탁' 모델입니다.
    제도 개혁(토지가치세)와 시민 실천(CLT)의 선순환이 지대 공유 사회로의 이행 경로를 만든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땅은 나의 것이요 너희는 거류민이라'는 희년 정신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지대 공유는 성경이 가르친 가장 오래된, 가장 강력한 경제 정의입니다.
    발제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우리나라 지대 연구의 선구자이자 최대 권위자인 김윤상 교수님도 발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셨고, 80년대 처음 연구하실 때만 하더라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주제였는데, 40년이 훌쩍 지나 후진들이 나타나 이렇게 지대 공유 사회에 대한 논의를 참신한 접근으로 확장해 가는 것을 크게 반가워 하시면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교수님은 다만, 발제에 대한 피드백으로 헨리 조지가 공유지 설계까지를 염두에 두고 지대 사상을 펼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공유지 전략이 자칫 특정 공동체의 지대 추구 욕망의 발현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으니 이 점까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교수님의 피드백은 이후 전체 토론에서 또 중요한 화두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김지음 님은 2008년 서울 해방촌에서 시작된 '빈집'(커먼즈) 실천이 어떻게 빈고(커먼즈금융) 활동으로 이어지고, 일종의 CLT라고 할 수 있는 '빈땅조합'으로까지 확장되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논찬을 해 주었습니다. 덧붙여 자본수익에 기대거나 지대독점을 부추기는 자본계 구조를 어떻게 자본수익을 사양하고 지대공유를 추구하는 공유계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상도 함께 나눠주셨습니다. 이를 위해 커먼즈의 위상에 대한 검토도 새롭게 해 볼 수 있었는데요. 김윤상 교수님의 지적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공동체 소유와 커먼즈의 차이를 보자는 것인데, 국가와 자치단체의 공유(公有)와 공동체의 소유인 공유(共有)를 너머서는, 커먼즈의 소유인 공유(空有)를 확대해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어제 세미나에는 서울과 인천, 대구와 부산, 전남 강진, 충남 홍성, 전북 진안, 지리산 아래 산내면, 경북 안동 등 전국 각지 저마다 계신 곳에 공유지를 만들어 가려 애쓰는 희년은행, 도토리회, 빈고의 회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토론은 무르익어 커먼즈를 자본의 관점, 관계의 관점에서 새롭게 모색해 보자는 이야기도 오갔고, 공유지 확대 전략을 어떻게 세 단체의 연대로서, 제도화 내지는 규모화 전략으로 이행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구상도 나누었습니다. 특별히 도토리회 이동근 회장님은 CLT가 원래 Community Land Trust의 약자인데, 이제는 Community 대신에 Commons로 바꿔서 새로 명칭을 쓰는 게 맞겠다고 제안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어제 세미나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새로운 CLT(Commons Land Trust) 모델이 곳곳에 나타나기를 바라며, 희년은행, 도토리회, 빈고가 서로 힘을 모아 그 흐름에 동력을 실어나갈 수 있기를 또 소망했습니다.
    작년 봄부터 정기 세미나로 펼쳐 온 희년은행, 도토리회, 빈고의 연대 공부모임은 올 하반기 충남 홍성 홍동마을에서 1박 2일 캠프로 이어질 계획입니다. 그때는 대안금융포럼 단체 실무자들과 홍동마을 주민들이 함께 열린 논의의 장을 펼칠 예정이고, 내년에는 연간으로 공부/협력 연대 활동도 펼칠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소식에 관심 가져 주시고, 연대와 협력을 구체화 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희년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대안 금융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