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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년은행이 그리는 새로운 페이지
    희년은행 소개/희년은행 살림 일기 2023. 3. 9. 11:34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사역편지로 인사드립니다. 희년은행 사역을 맡고 있는 김재광 센터장입니다.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따스하게 부는 날이었습니다. 봄기운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만간 햇볕도 더 따사로워지겠지요. 동토가 풀리면 새싹도 올라오겠고요.

     

    올해는 희년은행이 출범한 지 7년째가 되는 해입니다. 자조적인 대안 금융 모델들이 대개 3년 차, 5년 차가 고비라고들 하던데, 희년은행은 7년을 버텼고, 조금씩 성장도 할 수 있었습니다. 변함없이 뜻과 정성을 모아 주신 여러 회원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지금도 이 걸음은 진행 중입니다.

     

    무이자 저축에 참여해 주고 계신 분들이 오늘(2 28) 기준으로 650여 명이 되고, 그렇게 모인 출자금은 6 3천여 만원이 됩니다. 지난 7년 동안 십시일반으로 모인 출자금을 바탕으로 총 8 8천여 만원의 무이자 대안 대출이 실행되었습니다. 상환율도 99%에 가까워, 공적 자금이 선순환되는 흐름을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출자금 6억에 자화자찬하는 것이 멋쩍은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교회와 사회에 어떤 가치로운 열매들을 남기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면,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희년은행의 유일한 성과는 다름 아닌 '가치를 드높이는 일'입니다. 7년째에 접어든 올해도 역시나 동일한 이 과제 앞에 섭니다.

     

    고금리 부채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현실이 7년 전에 비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거비 부담에 전전긍긍하는 청년들의 앞날이 7년 전과 비교해 도대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인지 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동치는 금융 부침에 우리 이웃들은 과연 제대로 된 안전망을 제공받고 있는지도 짚어 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이런 점에서 희년은행의 갈 길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 있습니다. 작은 조약돌 하나 들고 큰 절벽에 맞서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과연 한 틈의 균열이라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지금 희년은행에 요청되는 걸음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희년은행은 올해 5월에 대안금융포럼을 개최합니다. 10월에는 희년기금 워크숍을 엽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여는 행사들입니다. 5월 대안금융포럼은 여러 대안적인 자조금융 활동을 하는 단체들과 연대하기로 하고, 기획회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0월 희년기금 워크숍은 전도사/신학생/선교단체 간사/젊은 사역자 분들의 금융 현실을 짚고,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나누는 자리로 준비하려고 합니다.

     

    연중 부채재무 상담과 무이자전환주거보증금 대출 사역이 진행될 텐데, 올해는 단체조합원과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한 분 한 분이 더 안정적으로, 또 지속 가능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올해 들어 여러 단체조합원 교회들에서 희년은행 사역을 소개하는 간담회를 자체적으로 마련하시면서, 서로 대화 나누고 실질적인 협력 계획을 세우는 기회들을 만들어 주고 계십니다.

     

    희년은행은 이제 발아기를 지나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역에 동참해 주고 계시는 여러 회원 분들의 뜻과 정성을 모아, 지금 이때 희년은행에 주어지는 과제들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여러 분들의 관심과 참여, 아이디어와 제안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기도로, 참여로, 이제까지와 같이 계속 힘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리며, 때마다 기회를 만들어 참여하실 수 있는 공간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겠습니다.

     

    최명희 작가가 쓴 <혼불>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희년은행을 아끼며 이 사역에 동참하고 계시는 여러 분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눈멀고 귀먹어 민둥하니
    낯바닥 봉창이 된 달걀껍데기 한 겹,
    그까짓 것 어느 귀퉁이 모서리에 톡 때리면
    그만 좌르르 속이 쏟아져 버리는 알 하나.
    그것이 바위를 부수겠다 온몸을 던져 치면
    세상이 웃을 것이다.
     
    하지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희년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대안 금융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