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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만 원 빌렸는데 2주 만에 50만 원 갚으라니요"
    조합원 함께 공간/상담·대출·사역 and 오늘 2025. 4. 9. 11:17

    고금리 불법사채-불법추심 희년은행 상담 리포트

     

    지난 328, 희년은행을 찾은 청년 A (25)는 고금리 불법사채 네 군데에서 빌린 총 140만 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습니다. 상세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30만 원 대출 2주 뒤 50만 원 상환 요구

    2. 30만 원 대출 2주 뒤 50만 원 상환 요구

    3. 30만 원 대출 2주 뒤 50만 원 상환 요구

    4. 50만 원 대출 2주 뒤 90만 원 상환 요구

     

    총대출금은 140만 원이지만, 불과 2주 만에 상환 요구액은 240만 원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1번과 2번 대출은 같은 불법업체에서 발생한 것이며, 상담받은 날은 1번 채무의 상환일이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채무들도 상환기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A 씨는 OOO실장, OOO팀장이라는 이름의 브로커와 카톡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고, 대출받을 때 자기 얼굴이 나온 차용증 사진과, 가족·지인·직장동료 연락처 4~5개를 함께 보내야 했습니다. 이 정보들은 이후 불법추심의 도구로 활용됩니다.

     

    금융감독원 신고...그러나 '관할 외' 답변

     

    희년은행과 A 씨와의 상담은 대면으로 진행되었고, 불법 금융 거래로 판단한 직후 금융감독원 불법금융 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 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대기가 길어져서, 희년은행 상담사도 별도로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두 통화 모두 5분가량이 지나서야 연결이 되었고, 금감원 상담원과 상담한 내용은 대동소이했습니다.

     

    상담원의 대답 요지는 이러했습니다. A) 금융감독원은 등록된 대부업체에 대해서만 단속과 지원이 가능하다. 불법사채는 관할 대상이 아니다. B) 불법추심 관련해 법률구조공단의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미 대기자가 많아서 배정받기까지 2~3개월이 걸릴 수 있다.

     

    인가받지 않은 대부업체, 사채업체는 금감원의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 그리고 법률구조공단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두세 달 뒤에나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까지, 그렇게 두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최근 대부업법이 개정되었다는 소식과, 금감원이 불법금융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홍보를 들은 바 있어 재차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같았습니다. “여름 즈음에야 시행될 것이고, 적용되더라도 즉각적 조치는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담 말미에 금감원 직원은 이런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금융감독원 불법금융 신고센터 상담원과의 통화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불법사채의 경우 경찰도 별다른 조치를 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이미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대포폰, 비대면 거래, SNS 및 메신저를 통한 거래 특성상, 수사기관도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신고는 필요하므로, A 씨는 상담 후 인근 경찰서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부당하게 요구되는 차용증과 지인 연락처는 이후 불법추심의 도구로 활용됩니다. "연이율 4000% 대출?! "니 부모에게도 다 연락하겠다"...불법추심대출이 무서운 이유"ㅣKBS 시사멘터리 추적 22.06.26 방송 화면 캡쳐

     

    돌려막기 악순환의 시작

     

    그날은 1번 채무(30만 원 대출) 상환일이었습니다. 원금 30만 원에 이자 20만 원을 더한 50만 원을 갚아야 했습니다. 희년은행 상담이 있기 전, A 씨는 아무래도 '돌려막기'를 해야지 않겠나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비슷한 업체 통해 50만 원을 빌리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에 바로 현금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렇게 빌린 50만 원은 다시 2주 뒤 90만 원으로 불어나 있겠지요.

     

    돌려막기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최후의 수단은 희년은행 상담사가 곁에서 A 씨를 도와 사채 브로커와 협상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불법사채 조직과 협상한다는 건 모순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유일한 출구였습니다. 당장에 A 씨는 법정최고금리 20%를 우습게 뛰어넘는 초초고금리 부채 상환 압박에 처해 있고, 돌려막기 악순환에 이미 걸려 넘어진 상태인데,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기는 합니다.

     

    일종의 사채를 하나씩 털고 가는 방식이죠. 사실은, A 씨를 최근 그렇게 한번 도운 적이 있었습니다. 이날 상담이 있기 전의 일입니다. 최초 상담에서 불법사채 브로커와 협상을 시도했고, 협박성 메시지를 받기는 했지만, 원금 상환 처리를 하기로 했고, 희년은행 고금리전환 대출로 종결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사채가 있다는 것을 재상담 자리에서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사채를 하나씩 정리하는 것에 더해 돌려막기 악순환을 끊는 문제를 놓고 상의했습니다. 후폭풍이 있긴 할 텐데, 이렇게 계속 뒀다가는 후에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으니, 큰맘 먹고 돌파를 하기로 했습니다. A 씨는 돌려막기를 중단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상담사와 상의 끝에, 모든 불법채무에 대해 원금 상환 후 거래 종료를 목표로 잡고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충돌과 불법추심

     

    당장에 오늘 상환해야 하는 1번 불법사채 브로커와 협상을 시도했습니다. 원금 상환 기조를 밝히고, 거래 종결 의사를 전했습니다. 난폭한 답변이 되돌아왔습니다. 불법사채 이자를 납부할 수 없다는 얘기에 브로커는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추심원 배정을 하겠다 위협했습니다. 받아놓은 가족·지인·직장동료 연락처로 전화를 걸겠다면서, 사회생활, 대인관계 모두를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대포폰이기는 하나 추심원의 연락처가 확보되었습니다. 집 근처 경찰서로 찾아가 이 내용 모두를 신고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추심원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채무자 A 씨의 부채 사실을 공개했고, "A 씨가 당신의 개인정보를 팔아 돈을 벌었다"는 허위사실까지 유포했습니다. 명백한 불법추심입니다.

     

    경찰은 추심원의 불법추심 연락을 일단 저지했고, 수사에도 착수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이 종결된 것은 아닙니다. 경찰의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될 테지만, A 씨는 여전히 남은 채무를 정리해야 했습니다.

     

    가족과 상의하며 원금 중심의 상환과 거래 종료 절차를 하나씩 진행해 나갔습니다. 과정은 고통스러웠고, A 씨는 수치심, 가족과의 갈등, 지인들의 오해, 직장에서의 불안정한 입지를 모두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년은행 상담사와 수시로 전화, 문자를 주고받으며 관계된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 상의했고, 채무 상환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함께 체크했습니다. 채무관계가 일단락된 뒤로는 가족들과 이 문제를 놓고 전보다 더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고, 지인과 직장동료에게도 일일이 연락해 해명하고 사과했습니다.

     

    ,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A 씨는 자못 담담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치러야 할 것을 치렀으니 이제 새로 다시 시작하면 되겠다 하는 것입니다. "배운 것도 있다.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누구라고 쉽게 꺼내기 힘든 의연한 말들이었습니다. 가만히 고생했다, 응원한다, 고 말을 이었습니다. “곁에 있어줘서 큰 힘이 되었다는 인사말에 당연하다, 고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A 씨는 지금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글 검토를 요청드렸더니,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널리 알려달라고도 했습니다.

     


    복기와 제언

     

    1. 금감원의 역할 재정립

    불법금융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조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과 구조를 전면 재점검해야 합니다.

    인가 여부만을 기준으로 하는 현 체계는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2. 경찰의 신속 대응체계 강화

    대포폰, 메신저 기반 추심에 즉시 대응 가능한 프로토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수경찰 공조 체계가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합니다.

     

    3. 민간상담 인프라 확충

    실시간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민간과 시민사회가 이를 촘촘히 메워야 합니다.

    긴급대응 플랫폼, 채무자 동행 체계, 상시 상담망 구축이 시급합니다.

     

    4. 교육과 예방 캠페인 강화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을 위한 기초금융 교육과 불법금융 예방 캠페인이 절실합니다.

    이를 기획·운영·점검할 수 있는 별도 조직(TF 또는 위원회) 설립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파멸로 이끄는 작용이 사회에서 버젓이 용인되고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병든 사회입니다. 불법금융의 마수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무방비의 채무자들을 인간성 저 밑바닥으로 내리꽂으며 갖가지 폭력을 아무런 사회적 제재 없이 자행합니다. 특히 사회초년생, 금융지식이나 금융경험이 부족한 젊은 20대 청년들을 주요 먹잇감으로 삼아 무절제한 폭력을 일삼고 있습니다. 온 사회가 나서서 이 행태를 저지해야 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어리고 약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2주 전에 빌린 30만 원이 50만 원으로 둔갑하고, 50만 원을 제때에 안 갚았다고 가족들, 지인들, 직장동료들에게까지 상스러운 욕설을 해 가며 채무자 욕을 보이는 이 불법금융, 불법추심의 사슬을 이제는 끝장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희년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대안 금융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