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대학생·취준생 아니지만/아니어도/아니면서 ‘청년'
    조합원 함께 공간/조합원 인터뷰 2019. 6. 7. 13:56

     

    희년은행 조합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기획했습니다. 맨 처음 20대 청년 조합원들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희년은행에 어떤 마음으로 가입하게 되었을까? 희년은행은 20대 청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청년들에게 희년의 가치는 어떻게 풀이되고 있을까? 등등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여기 그 첫 번째 인터뷰 기록을 싣습니다.  

     

     

    #1 대학생은 아닙니다

     

    강예빈 씨는(24세) 재작년 여름 학교를 자퇴했다. 자퇴? 그냥 ‘그만 다니기로 했다’ 정도가 맞을 거 같다. 15학번.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3학기를 다녔다. 3학기를 다니면서 깨달았다. ‘아, 이건 나한테 필요한 공부가 아니구나’. 나머지 5학기를 더 다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사회적 기업이나 공유 경제 관련 진로를 꿈꿨다. 전공 공부와 진로 준비가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한테는 다른 식의 준비가 더 맞겠다는 결심이 섰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안학교에 다니기 시작해 열아홉 되던 해에 졸업을 한 소재용 씨는(22세)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애초에 대학 진학에 별 생각이 없었다. 주변에서도 채근하지 않았다. 물론 졸업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 질문하는 분들이 계시기는 했다. 걱정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이 모든 질문의 대답이 될 수는 없었다. 나름의 길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지금은 또래 청년들과 다양하게 재미난 활동을 벌이고 있다. 

     

    + 희년은행 사무실로 직접 찾아온, 강예빈 씨

     

    #2 방을 구해야 합니다

     

    2015년 서울에서 춘천으로 유학길에 오른 강예빈 씨는 입학 첫 해 1년 동안은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다. 한 학기 기숙사비는 60만 원이었다. 늘 빠듯하기는 했지만 기숙사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그나마 생활비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기숙사를 나오고부터는 방 구하기 버거운 현실에 숨이 턱 막혔다. 친구들이 왜 알바비를 월세 내는 데 다 쓰는지 이해가 갔다. 수도권보다야 덜하겠지만 춘천도 한 달 방세 내는 게 만만치가 않았다. 이제 고작 스물하난데.

     

    원룸이나 하숙보다는 뭉쳐서 살아보려고 길을 찾았다. 동아리 선후배·친구들이 모여 사는 방에 노크를 했다.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다섯 명이서 방 네 개짜리 집에서 살았다. 한 달 생활비로 각자 15만 원씩 걷었다. 식비 절감까지 따지면 기숙사에서 살 때보다 더 아끼는 셈이었다. 방비 걱정 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부대끼며 사는 재미가 남달랐다. 아침은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했다. 서울 부모님 집에 돌아와서도 그 시절 기억은 인상 깊게 남아있다. 

     

    소재용 씨는 작년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지금 일하고 있는 협동조합 사무실 근처로 방을 하나 구했다. 부동산 몇 군데를 돌아다녔다. 보증금 1500은 기본이고 2000 이상은 있어야 웬만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월세 30에서 많게는 50까지 부르는 집들도 많았다. 당장 수중에 그런 목돈은 없었다. 부모님에게도 액수 부담은 마찬가지였다. 그때 처음 알았다. 사회로 진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알아서 준비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을.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부모님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여러 군데로 보증금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녔다. 친척 도움도 받았다. 희년은행을 알게 된 것도 그 시점이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금리예방대출 프로그램이 있었다. 주거 마련을 이유로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청년들을 돕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이자 대출 프로그램이었다. 몇 차례의 상담을 받았고, 대상자 적합 심의를 거쳤다. 그리고 무이자 대출 500만 원을 받았다. 이삿날 짐을 넣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 지금 살고 있는 방에서, 소재용 씨

     

    #3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회 복지 쪽 일을 해 보고 싶었던 강예빈 씨는 학교를 그만두고 한 비영리단체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비혼 한부모 가정을 돕는 단체였다. 그러면서 청년 주거 운동을 하는 ‘민달팽이 유니온'이나 ‘두꺼비하우징’ 같은 단체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기회가 생기는 대로 문을 두드렸다. 고등학생 때 인문학 독서 모임을 통해 읽었던 책들에 영향을 받았다.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같은 책들을 읽으면서 지구적/사회적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비단 제3세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다는 것을 점점 알게 되었다.                    

     

    고민이 깊어갈 즈음 자연스럽게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에 관해서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즈음 희년은행의 청년 부채 탕감 운동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제까지 일반 은행에 예금이나 적금을 넣으면서도, 뭔가 대안적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무리하게 빚 권하고 막대하게 이자 불리는 금융 구조에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가는 그저 동조하거나 동참하는 꼴이 돼 버리고 만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던 중에 희년은행의 대안 저축 운동을 만난 것이다. 망설임 없이 희년은행 조합원이 되기로 했다

     

    최근에는 <동의보감>을 공부하고 있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리 선조들의 생태 감수성과 몸 살림 철학을 배우는 중이다. 그러면서 출산과 육아에 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러모로 모색 중이긴 한데, 조산사가 되는 길도 알아보고 있다. 어쨌든 지금은 공부에 전념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쌓아갈 생각이다. 지난주에는 제주도와 지리산, 광주와 이천을 잇는 순례 여정에도 참여했다. 햇볕에 살짝 그을린 스무 살 앳된 얼굴에는 다부지게 힘찬 꿈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 제주도로 생명 평화 기도 순례를 다녀오다. (출처: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페이지)

     

    경기도 의왕에서 청년협동조합 ‘뒷북’ 프로그램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소재용 씨를 만나기 위해 뒷북 사무실에 들렀다. 3층짜리 빌라 1층에 자리를 잡고 있는 뒷북 사무실은 지역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도 함께 사용되고 있었다. 모임, 놀이, 창의, 회의, 공연, 강연, 작당 등을 위해 만들어진 이 공간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한복판에 놓인 탁자를 제외하고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언제든 다변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깃든 곳. 공간은 그들 활동의 장이 된다. ‘뒷북’이 벌이고 있는 일들을 보면 공간과의 어울림이 더 명확해진다. 

     

    ‘쉐어블(share+able) 프로젝트’. 뒷북에서 하는 활동 중의 하나다. 지역 내 발달장애인들이 시설 밖에서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청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제안하고 함께 참여한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함께 어울려서 보드게임과 같은 놀이 프로그램도 즐긴다. 지역에서 하는 여러 가지 사업에도 기획과 진행을 주도한다. 조만간 열리는 의왕시 호박축제 진행도 뒷북에서 맡기로 했다. 그 외에도 뒷북 조합원과 비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적당기술 워크숍’, ‘스무 살을 위한 안내서, 진로 강좌’, ‘페미니즘 공부 모임’, ‘작은 무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왕시 청년 정책을 세우는 데에도 의견을 개진한다. 대학생, 취업준비생을 위한 정책을 넘어, 지역의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제안하고 토론회를 벌여서 시의회 의원들과 머리를 맞댄다. 제안하는 정책들의 면면에는 ‘뒷북’이 내세우는 주요한 문제의식이 반영된다. 청년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지역 내에서 다양하게 펼칠 수 있도록 여러 기회가 다채롭게 열려야 한다는 것. 굳이 서울로 메카로 가지 않더라도 가까이에 있는 동네 또래 친구들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뒷북’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 경기도 의왕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청년협동조합 '뒷북'. (출처: '뒷북' 페이지)

     

     #4 마당을 엽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혹시 희년은행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물었다. 시간차를 두고 진행된 인터뷰였음에도 강예빈 씨와 소재용 씨가 전한 이야기는 비슷했다. 

     

    (강예빈 씨) “희년은행에서 다루는 이슈가 부채나 주거문제 같이 청년들 피부에 와 닿는 주제들이잖아요. 이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많이 열릴 수 있을 거 같아요. 혼자서는 이 문제들 다 풀 수가 없잖아요. 문턱이 낮은 장이 중요한 것 같아요. 편하게 모여서 이런 이야기들 나눌 수 있는 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요. 함께 대안을 고민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는 장을 함께 꾸려 나가고 싶어요”

     

    (소재용 씨) “혼자 잘 서려면 기댈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존하겠다는 게 아니고, 자기 필요에 솔직해지자는 거지요. 사실, 도움이 필요하잖아요. 혼자서는 못 해요. 사회 진입도, 자기 계발도,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이야기를 자꾸자꾸 많이 하다 보면 필요가 보이고, 그러면 도움받아야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알아요. '기대고 안 기대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여러 장에서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장이 여기저기 많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부담 안 가지고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고, 뭐가 필요한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요.” 

     

     

    희년은행은 오는 6월 11일(화) 첫 번째 조합원 모임을 엽니다. 앞으로 분기마다 한 번씩 정기 조합원 모임을 열 계획입니다. 조합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희년은행은 앞으로도 조합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다채롭게 열어 나가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청년들이 마음껏 서로 대화 나눌 수 있는 장이 희년은행 통해 마련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시 또 소식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_희년은행 김재광 팀장)

     

     

    [희년은행 1차 조합원 모임 안내]

     

    * 신청하기: https://forms.gle/gNeWiQCcawhG5mtU7

    * 일정: 6월 11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 참가비: 없음, 간단한 다과가 준비됩니다.

    * 장소: 까페바인 필동(서울 중구 퇴계로36가길 97) 지도 보기 http://dmaps.kr/c5qos

    * 담당자: 김재광 팀장(010-4333-4907, jaekwang721@gmail.com)

     

     

희년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대안 금융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