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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의 예[Example.禮]를 생각하다
    조합원 함께 공간/조합원 인터뷰 2022. 7. 22. 11:27

    임창규 선생님을 인터뷰했습니다. 선생님과의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8년 전쯤까지 되짚어야 합니다.

     

    한국사회투자재단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던 2014년, 선생님은 사회적금융 탐방을 목적으로 일주일간의 유럽 순회 일정에 오릅니다. 탐방 코스 중에 스웨덴 '야크은행(JAK Members Bank)'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탐방 기록은 보고서 형태로 정리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희년함께 실무진은 그로부터 2년 뒤에 '희년은행' 발족 준비에 들어갑니다. 스웨덴 야크은행을 모델로 하는 한국형 협동조합 은행을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인상 깊게 참고했던 것이 바로 임창규 선생님이 쓰신 탐방 보고서였습니다. 

     

    글로만 접했던 분을, 직접 만난 것은 또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9년이었습니다. '제자들교회'의 초청으로 희년은행 소개를 하러 간 자리, 거기에 임창규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선생님이 반갑게 인사를 먼저 건네 왔습니다. 

     

    "스웨덴 야크를 모델로 했다기에 너무 반가웠어요. 제가 그 은행 직접 탐방도 하고 보고서도 썼었지요"

    "아 선생님이 쓰신 보고서가 혹시... 저희가 희년은행 만들 때 중요하게 참고했던 자료거든요"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희년은행 조합원에 가입했습니다. '한국에도 야크와 같은 은행이 들어설 수 있을까?' 2014년에 품었던 기대가 아주 뜬구름은 아니었다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이 모델을 앞으로 더 내실 있게 잘 다져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기대를 전해 주시면서요.

     

    그동안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논문 준비를 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시다 얼마 전 논문 심사를 마치고 과정을 마무리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모처럼 선생님을 만나 희년은행의 고민도 나누고 앞으로의 협력 가능성도 모색하려고, 인터뷰에 겸해 대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래에 임창규 선생님과 나눈 인터뷰 대화 일문일답을 정리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는 김재광 센터장이 맡았습니다. 

     

    희년은행 조합원 임창규 선생님을 인터뷰했습니다.

     

    -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네, 오랜만이에요. 얼마 전에 성공회대 협동조합대학원 박사과정을 모두 마쳤어요. 희년은행 소식이 궁금했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겼네요." 

     

    - 네, 오늘 인터뷰는 자문회의이기도 한대요. 나름 벼르고 왔습니다. ^^ 우선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소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하는 일 관련해 설명을 드리면, 저는 학교에서 경제학 공부를 하고,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자산운용에서 일하다가, 한국사회투자재단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 즈음부터 사회적경제 내지는 사회적투자 파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지금은 '아크임팩트자산운용'에서 임팩트투자 쪽 일에 관여하고 있어요. 이번에 쓴 박사과정 논문도 임팩트투자에 관한 것이었어요." 

     

    - '임팩트투자'에 대해서 생소하게 느끼실 분도 계실 거 같아요.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요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많잖아요. 조직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인데, '지속가능투자(Sustainable Investing)'라는 개념도 있어요. 임팩트투자는 넓게 보면 이 지속가능투자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어요. 지속가능성에 의미를 두면서, 사회혁신, 즉 소셜 임팩트라는 공적 미션에 이바지할 수 있는 투자 모델을 찾는 것이죠. 재무적인 수익과 함께 임팩트 테마, 공적 미션과의 균형을 추구해요.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및 산업 분야에 임팩트 투자의 여러 모델들이 나타날 수 있어요. 제가 얼마 전에 금융 포럼에서 발제한 내용과 작년에 희년함께 회원 칼럼으로 쓴 내용이 이해를 돕는 자료가 될 수 있겠네요." 

     

    ▶ 금융포럼 발제 관련 기사 

     

    “기후변화에 전략적 투자로 대응… 위험은 완화하고 기회는 최대화” [2022 세계증권포럼]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글로벌 지속가능 공시기준을 선도적으로 수용하는 등 전략적인 대응을 통해 위험은 완화하고 기회는 최대화해야 한다.” 13일 열린 ‘2022 세계증권포럼’에서

    www.segye.com

     

    ▶ 2021년 희년함께 회원 칼럼 

     

    희년함께 | 임팩트 투자 이해하기 / 임창규 > 칼럼

    성경의 희년정신 실천, 희년교육, 무이자 청년은행, 희년은행, 희년예배

    www.landliberty.org

     

    - 투자의 공적 성격을 부각하는 모델이네요. 금융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요. 선생님은 2014년에 사회적금융 탐방 목적으로 유럽 순회를 하셨었지요. 그때 스웨덴 야크은행도 국내에 소개하셨고요. 희년은행 출범 때 그 자료를 아주 요긴하게 참고했어요. 그때 방문 일화를 이 자리를 빌려 좀 나눠 주실 수 있을까요?

     

    "네, 그때 여러 사회적은행, 사회적금융 모델을 탐방할 기회를 얻었었는데요. 그중 스웨덴 야크 모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2시간 정도를 가야 나오는 중소 도시를 기반으로 꽤 탄탄한 협동조합 금융 모델을 구축하고 있었어요. 그때 야크의 협조로 실무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조합원 등과도 인터뷰를 할 수 있었어요. 야크 모델의 전반, 여러 면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였죠.

     

    그중 인상에 남았던 것은, 야크가 지역 기반으로 굉장히 활발한 자원봉사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야크 내 지역 그룹이 20여 개가 있고, 자원봉사자들도 수백명에 이르는데, 이들의 활동 내용도 다채로워서 금융 교육 및 세미나, 지역 내 봉사, 청년활동 등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어요. 조합원들은 야크은행에 단순 고객으로 참여한다기보다는 지역 기반의 금융 네트워크를 움직이는 활동가들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금융을 기반으로 지역 내 여러 현안 및 중요한 이슈들에 대응하는 시민 네트워크가 조성된 거죠.

     

    야크는 은행으로서도 훌륭한 모범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자 장사를 일삼는 약탈적 금융 모델에 대한 반성으로, 그야말로 협동조합형 금융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실제적인 제도와 원칙들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확장시켰죠. 대출에서 복리를 없애고 대신 고정 수수료를 받는 것도 그렇고, 대출금 상환에 따르는 의무저축 규정도 인상적이었어요. 또 조합원들이 저축한 만큼 포인트를 지급해 이 포인트를 여러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독특한 야크만의 모델이에요. 희년은행도 이 점들을 착안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2014년 야크 방문 때 야크 사무실 앞에서.

    - 네, 맞습니다. 희년은행도 야크의 대출수수료 제도와 의무저축, 조합원 저축 포인트 적립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요. 야크를 직접 방문하신 뒤에 몇 년이 흐른 뒤에 우연히 교회에서 희년은행 발제를 듣게 되셨지요. 그때 희년은행 사례를 처음 접하시고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일단 제가 야크에 방문하고 워낙 인상에 남고 감명도 받아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금융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나'라는 현실적 고민도 있었어요. 그런데 몇 년이 흘러 실제 야크를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사례를 만나니까 반가움이 남달랐지요. 그런데 또 우리 금융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어서, 한편으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희년함께에서 겁 없이 무모한 일을 벌인 거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럼에도 이 모델은 너무 소중해요. 금융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잖아요. 다만, 현실의 무게를 견디면서 이상을 추구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뜻있는 분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야겠죠. 저도 그 생각으로 그 당시에 바로 희년은행 조합원에 가입했었고요."

     

    - 감사한 말씀이네요. 투자도 그렇고 금융도 그렇고, 새로운 모델이 자꾸 개발되고, 성장하고, 확산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현실에서는 더 그렇고요. 야크와 같은 금융 모델, 희년은행도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새로운 유형의 은행들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사회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금융이 패권적인 형태로 운영될 때, 소외받는 이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상업은행뿐 아니라 신용조합의 옷을 입고 있을지라도 이 패턴에서 자유롭지는 못해요. 반면, 야크의 조합원들은 저축 의지를 품는 한편 필요한 때에 대출도 받으면서, 좀 더 생산적으로 자신의 자산을 규모 있게 키울 수 있는 길을 체계적으로 제시받고 있었어요. 경기의 흐름, 부침에 크게 영향받지도 않으면서요. 아주 안정적이면서도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금융 활동을 돕는 균형 잡힌 모델인 거죠.

     

    비단 금융 시스템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조직 형태, 활동 유형, 사회 반향 등을 생각하면 그 사회적 의미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지요. 앞서 얘기했듯이 야크의 자원봉사 조직은 지역 내에서 획기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거든요."

     

    ▶ 임창규 선생님이 작성한 야크 탐방 보고서 

     

    ::: 한국사회투자 Webzine :::

      사회투자 리서치 & 칼럼 > 스웨덴, 프랑스, 영국 생생한 사회적금융의 현장 다양한 서비스,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사회적투자를 위한 자본의 활용방향을 제시  사회적금융(Social Financ

    www.mynewsletter.co.kr

     

    - 보고서를 넘어서는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유익한대요. 최근까지 이어진 선생님의 고민까지 들을 수 있어서 시사점을 많이 얻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희년은행이 지금 단계에서 좀 더 집중해야 하는 핵심적인 과제는 무엇일까요. 선생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두 가지를 우선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하나는 규모예요. 임팩트를 추구한다면, 규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다른 하나는 퀄리티, 질적인 요소인데요. 조합원들이 운동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예요. 단순히 규모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운동성을 띤 조합원들이 얼마나 많이 참여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죠. 

     

    전문성 있는 자문그룹과의 협업도 중요한 요소일 거예요. 자원봉사 그룹, 활동 서포터스가 두텁게 희년은행을 지탱하며 운영과 활동 전반을 이끌고 나간다면, 그보다 더 크고 중요한 동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오늘 선생님을 만나려 했던 이유를 말씀해 주셨네요. 선생님도 희년은행의 중요한 서포터스이시죠. 선생님과의 앞으로의 협업이 기대됩니다.

     

    "네, 제가 워낙 임팩트투자 쪽으로 일도 하고 연구도 하고, 앞으로도 아무래도 이 분야에 계속 몸담을 것 같기는 한데, 희년은행 모델을 더 내실 있게 갖추는 것에도 관심이 있고, 또 함께하고픈 마음도 있어요. 지금은 직장 생활하면서 강의도 맡아서 하느라 여유가 좀 없기는 한데, 내년부터는 그래도 좀 여유가 생길 거 같아요. 그럼 희년은행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도 같이 찾아볼 수 있겠네요."

     

    - 네 좋은 때에 선생님을 다시 만난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함께할 것이 기대되네요. 좀 귀찮게 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오늘 저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희년은행 소식도 들을 수 있어서 뜻깊었고요. 앞으로 또 뵙죠."

     

    2019년 12월에 열렸던 희년은행 협업자 파티에서.

희년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대안 금융 프로젝트